제주 성산 | 휘닉스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(유민미술관)

거센 비와 흐린 날로 가득한 제주도 날씨를 피해 자연스레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나 볼거리들 위주로 움직였어요. 해서 제주 섭지코지에 위치한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(유민미술관)에 다녀왔습니다.

다른 일정에 방문했던 본태미술관을 설계한 노출 콘크리트 건축의 대가 건축가 '안도 타다오'가 건축한 또 다른 미술관인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이 궁금해졌어요.

유민미술관 방문 전에 미리 안다 타다오는 어떤 사람인지, 어떠한 철학으로,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유튜브 영상도 미리 보고 가서 미술관 그 자체 그리고 주변 자연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. 
 
저는 알쓸신잡에 나오셨던 유현준 건축가님의 유튜브 영상을 미리 보고 갔습니다.
https://www.youtube.com/watch?v=kfl7ufDvCGw

매표소를 지나 전시관으로 향하는 길에는 이렇게 현무암으로 쌓은 작은 탑이 있고,

입구로 향하는 길 양 옆으로는 현무암 위로 심어진 다양한 식물들이 보이는데 이 정원은 삼다(三多) 중 하나인 '바람'을 모티브로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라는 존재를 초화류 식물들로 채워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식물들을 심어 그 움직임으로 '바람'을 표현했다고 합니다. 

정원 안쪽에는 제주 바람에 흔들리는 초화류 식물들이 내는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는 공간도 있어요.
비가 와서 식물이 젖은 상태라 덜했지만, 가을 즘 마른 억새풀과 초화류 식물들이 바람에 부딪혀 바스락대며 흔들리는 소리 들으며 조금 더 운치 있게 공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. 
유민미술관표 ASMR🌾
 
어떻게 보면 살짝 정돈되지 않은, 관리되지 않은 느낌을 주지만 오히려 이 마저도 제주도 자연과 어울리고 그 특성을 살리려는 노력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.

정원 둘러본 뒤 요새같이 지어진 미술관으로 향해봅니다.

가장 바깥쪽 현무암 벽 그리고 콘크리트벽을 지나 지나온 정원을 바라보면 옆에서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직선 그리고 네모 속 자연을 또 다른 프레임으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.

입구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내리막길 형태의 길을 따라 사람 마음에 안정을 주는 물소리들을 단계별로 들으며 온전히 미술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. 유튜브에서 셜록현준 영상 안 보고 들어갔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휙 하고 지나갔을 뻔했는데 유민미술관 가실 분들은 해당 영상이 아니어도 꼭 미리 미술관에 대한 정보 찾아보고 가시기를 추천드려요! 

내리막길 따라 내려가다보면 수직에서 수평으로 변하는 공간이 나오면서 사진으로 많이 접했던 성산일출봉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공간과 마주합니다.

날 좋을 때 혹은 섭지코지 유채꽃으로 피어있을 때 보면 정말 멋있는 장관이었겠죠?
이날 유민미술관은 제게 성산일출봉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.
저 멀리 성산일출봉 실루엣과 풀 뜯는 말들만 보이네요.

자연스레 미술관 입구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지나다 보면 콘크리트 그리고 높게 쌓아 올린 현무암 벽이 만들어내는 외부 차단 효과로 미술관 입구에 다다를수록 고요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.

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해의 위치와 그림자, 시시각각 변화는 자연의 모습을 유민미술관 벽이라는 캔버스에 담아내는 모습을 이 날은 보지 못했지만 건축 문외한인 저에게도 많은 생각과 볼거리를 경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어요.
 
"좋은 건축은 자연의 변화, 미세한 변화와 느린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있게 공간을 해석해 준다."라고 말씀하신 유현준 건축가님의 말씀이 와닿았던 공간이었습니다.

유민미술관 옆에는 동일한 건축가가 건축한 글라스하우스가 있고 

글라스하우스 앞쪽에는 섭지코지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어 따스한 한 여름의 햇살은 아니지만 비를 동반한 강력한 바다 바람을 실컷 쐬고 왔답니다. 사진으로 느껴지는 그날의 기상 상황.☂️

주차장까지 가는 셔틀버스 기다리면서 사진도 남겨봅니다.